
주방은 우리가 먹는 음식을 만드는 가장 위생적이어야 할 공간이지만 물을 매일 사용하는 곳이다 보니 조금만 관리가 소홀해도 금세 곰팡이가 피어납니다. 특히 싱크대 상판과 벽면 타일 사이의 실리콘은 습기가 머물기 좋아 곰팡이의 단골 서식지가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검은색 곰팡이는 익숙해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붉은색 곰팡이'를 보고 당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주방의 골칫덩이인 붉은 곰팡이를 뿌리 뽑고 실리콘을 새로 시공하는 노하우를 공유해 보겠습니다.
"김칫국물인 줄 알았는데..." 붉은 곰팡이와의 사투
얼마 전, 설거지를 마친 뒤 싱크대 구석 실리콘 라인을 따라 선홍색 자국이 길게 나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는 요리하다가 김칫국물이 튀어서 물이 든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래서 평소처럼 행주에 세제를 묻혀 닦아보았지만, 이상하게도 겉면은 닦이는 것 같으면서도 실리콘 안쪽의 붉은 기운은 도무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며칠 후 그 자국은 더 넓게 번져 있었고, 그제야 저는 이것이 단순한 오염이 아닌 곰팡이의 일종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알고 보니 습기가 많은 곳에서 번식하는 '세라티아 마르세센스'라는 박테리아성 곰팡이였습니다. 이 녀석은 한 번 실리콘 내부로 파고들면 일반적인 청소로는 제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결국 저는 가족의 건강을 위해 실리콘을 완전히 뜯어내고 새로 시공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붉은 곰팡이의 정체와 발생 원인
주방이나 욕실에서 흔히 보이는 분홍색 혹은 붉은색 물질은 정확히 말하면 '박테리아(Serratia Marcescens)'입니다.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습도가 높고 비누 찌꺼기나 지방질(음식물)이 있는 곳에 안착하여 번식합니다.
- 높은 습도: 설거지 후 물기를 닦지 않으면 실리콘 표면에 수막이 형성되어 번식에 최적화됩니다.
- 온도: 주방의 온화한 실내 온도는 이 균이 자라기에 아주 좋은 환경입니다.
- 실리콘 노후화: 오래된 실리콘은 미세하게 갈라지거나 들뜨게 되는데, 그 틈새로 물과 오염물질이 들어가 곰팡이가 뿌리를 내립니다.
셀프 재시공을 위한 필수 준비물
전문가를 부르면 간편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다이소나 근처 철물점에서 만 원 내외의 재료비만 들여도 충분히 전문가급의 퀄리티를 낼 수 있습니다.
| 준비물 | 용도 및 특징 |
| 바이오 실리콘 | 주방용은 반드시 항곰팡이 성분이 있는 바이오제품을 선택해야 합니다. |
| 실리콘 건 | 실리콘을 일정하게 밀어내 주는 도구입니다. |
| 실리콘 제거 칼 | 기존의 곰팡이 핀 실리콘을 긁어낼 때 사용합니다. (커터칼로 대체 가능) |
| 마스킹 테이프 | 초보자가 깔끔한 라인을 만들기 위한 핵심 도구입니다. |
| 실리콘 헤라 | 도포된 실리콘을 매끄럽게 펴주는 고무 주걱입니다. |
단계별 실리콘 재시공 가이드 (Step-by-Step)
1단계: 기존 실리콘 완벽 제거
가장 중요한 단계입니다. 커터칼을 이용해 실리콘의 위아래 경계선을 깊게 그어줍니다. 실리콘의 끝부분을 잡고 잡아당기면 대부분 길게 떨어져 나옵니다. 하지만 틈새에 남은 미세한 잔여물들을 꼼꼼히 긁어내지 않으면 새 실리콘이 밀착되지 않습니다. 붉은 자국이 남지 않도록 완벽하게 긁어내는 게 중요합니다.
2단계: 살균 및 건조 (매우 중요)
실리콘을 떼어낸 자리에는 곰팡이 포자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소독용 알코올이나 희석한 락스를 묻힌 휴지로 해당 부위를 깨끗이 닦아냅니다. 그 후 드라이기를 이용해 습기를 완전히 말려야 합니다. 물기가 조금이라도 남은 상태에서 실리콘을 덮어버리면, 그 안에서 다시 붉은 곰팡이가 증식하게 됩니다.
3단계: 마스킹 테이프 부착
전문가가 아니라면 마스킹 테이프는 필수입니다. 실리콘이 발라질 너비를 일정하게 정한 뒤, 상판과 벽면 타일에 각각 테이프를 평행하게 붙여줍니다. 이 작업만 꼼꼼히 해도 시공 후 모습이 훨씬 정갈해집니다.
4단계: 실리콘 도포 및 헤라 마감
실리콘 노즐을 45도 각도로 자른 뒤 실리콘 건에 끼웁니다. 일정한 힘을 주며 틈새를 메우듯 천천히 쏘아줍니다. 그 직후, 실리콘 헤라에 물을 살짝 묻혀 한 번에 쭉 밀어줍니다. 여러 번 문지르면 결이 생겨 보기 흉해지니 단 한 번에 끝내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5단계: 테이프 제거 및 양생
실리콘이 굳기 전에 마스킹 테이프를 조심스럽게 제거합니다. 실리콘이 완전히 굳기까지는 최소 12시간에서 24시간 정도가 걸립니다. 그 시간동안에는 절대 물이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붉은 곰팡이 재발을 막는 유지 관리 팁
힘들게 재시공을 마쳤다면 이제는 관리의 시간입니다. 붉은 곰팡이는 한 번 생겼던 곳에 다시 생길 확률이 높기 때문에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합니다.
· 물기 제거의 생활화: 설거지 후 마른 행주로 실리콘 주변 물기를 닦는 습관만으로도 곰팡이 발생을 80% 이상 억제할 수 있습니다.
· 주기적인 환기: 주방 후드나 창문을 열어 습기가 고이지 않게 합니다.
· 알코올 소독: 일주일에 한 번씩 소독용 알코올을 분무기에 담아 실리콘 라인에 뿌려주면 박테리아 번식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주방 싱크대의 붉은 곰팡이는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지만,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호흡기 질환이나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셀프 시공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제가 알려드린 순서대로 차근차근 따라 하면 누구나 깨끗하고 위생적인 주방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지저분한 실리콘을 볼 때마다 느꼈던 스트레스를 이번 기회에 날려버리는 건 어떠세요? 작은 노력으로 우리 가족의 건강과 주방의 품격을 동시에 높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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